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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A)준수,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입은 보컬로 돌아오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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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최고의 보컬리스트 (XIA)준수의 두 번째 정규앨범을 소개합니다.

(XIA)준수 <Incredible>


(XIA)준수(이하 준수)는 노래를 잘 부르는 보컬리스트다. 100 퍼센트에 달하는 완전무결한 실력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목소리를 풀어야하는지를 아는 역량을 소유하고 있다. 아티스트를 깎아내리는 듯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는 오해다. 적재적소에 자신을 투입시키는 방법을 요지하고 있다는 것이 예사의 범주에서 해결될 일이던가. 쉬이 보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몸값을 더 높이 책정해보자. 1987년 생,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준수는 젊다. 어린 나이의 현재에서 실력파라는 칭호가 따라온다는 사실은 전망 높은 미래와도 직결된다. 포텐셜을 끄집어 낼만한 가닥이 잡힌다면 논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더 나아간다.

그런 점에 있어 알앤비 보컬리스트로서의 발걸음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까지의 행보는 바람직하다. ‘이것의 그만의 장르다’라고 당장에 단언하기는 힘들어도 그에게 어울리는 장르임은 확언할 수 있다. 감미로우면서도 약간은 탁한 목소리에, 일정량 이상의 테크닉을 지닌 준수의 보컬은 흑인음악류의 사운드와 만나며 적잖은 상승효과를 일으킨 바 있다. 발라드의 공식으로 접근했던 OST나 몇몇 싱글보다도 「Uncommitted」와 같은 알앤비 스타일의 곡에서 더 괜찮은 결과물을 낳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서두의 말미에서 언급했던 ‘가닥’을 잡아내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했을 때, 신보 <Incredible>로 남긴 성과는 소기(所期)보다도 우수하다. 이전의 결과물들이 남긴 것이 이런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옅은 밑그림이었다면 솔로 활동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짧은 시간 만에 준수는 자기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색깔들을 선택해냈다. 수록된 대다수의 곡들에서 그러한 인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몽환적인 첫 트랙 「No reason」은 최근 대세로 손꼽히는 피비알앤비(PBR&B) 스타일의 곡이고 피아노와 브라스 세션의 연주와 함께 느긋하게 러닝 타임을 몰고 가는 「Rainy eyes」는 소울 음악을 원류로 하는 슬로우 잼 식 접근법이 담긴 노래다.

이쯤에서 언급해야 할 것은 가수의 탁월한 곡 해석력이다.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서 단순하게 일변도로 접근하지 않는다. 개개의 사운드에 조화되는 지점으로 톤 컬러를 조정해가며 팔색조의 보컬연기를 구사한다. 이는 작품이 지루하게 끌려 다니지 않는 음반의 장점과도 결부되는 부분이다. 미니멀한 편곡에 어울리는 로맨틱한 목소리로 펑크(funk) 리듬을 맞춰 잡는 보컬이 「Chocolate girl」에서의 포인트라면 이어지는 타이틀 곡 「Incredible (Feat. Quincy)」에서는 이와는 상반되는 파워풀한 목소리로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그런가하면 「나 지금 고백한다 (Feat. 길미)」에서는 피쳐링으로 참여한 길미와 어울리게끔 뒤로 한 발짝 자리를 옮기기도 해 트랙마다 적합하게, 때로는 적확하게 목소리를 운용해 나간다.

비록 사랑 고백에 한정된 텍스트나 「미안」과 「가지마」와 같은 밋밋한 곡들, 그리고 정작 준수 자신만 웃겼을 듯싶은 「이 노래 웃기지 (Narr. 붐)」와 같은 요소들이 감상을 다소 방해하기는 하나, 앨범 전반으로 접근해보면 <Incredible>은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트렌디하지만 존재감이 가볍지 않고, 수록된 개개의 곡들 또한 어느 정도 분산된 경향은 있지만 그 자체로 산만하기 보다는 다채로움에 가깝다. 더불어 완성도가 높아 싱글 한 두곡으로 수렴하는 최근의 여타 앨범들 사이에서도 우위를 점할 공산이 크니 일정 이상의 소구력 또한 발생한다.


‘만들어진’ 아이돌의 향기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다면 이 앨범은 그 이미지의 대부분을 가시게 하기 충분하다. <Incredible>에서의 무대는 완벽히 준수의 것이다. 게다가 이 무대는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만들어진, 그리고 주인공이 스스로를 맞춰야할 제한장치가 아니다. 철저히 준수에 의해 이뤄진 스테이지이며 준수를 위해 제작된 스테이지다.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주도권을 획득한 시점에서부터 아티스트로서의 세계관은 비로소 시작된다. 그 시점이 준수에게는 이 작품으로 모인다. 자기 색깔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주어진 것들을 자신의 색깔로 맞춰냈다는 점에서 <Incredible>은 남다른 의의를 갖는다. 스펙트럼을 뽑아낼 가닥은 확실히 잡았다. 남은 것은 그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화려하게, 어디까지 뻗쳐나가는지 보여주는 일뿐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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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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